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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버린 토니피터토니

회상의 장

1. 토니랑 피터가 엄청 엇갈려서 못 만났으면 좋겠다 애증 후회 이런거 좋다


토니는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그의 거소에 도착했다. 오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밤하늘이 검게 물들고 도시 거리의 전광판만이 번쩍이고 있는 시간에 그의 빌딩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그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들로 가득 찼다가 순식간에 점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어중간하고 피로한 시간대에 그 날 벌어졌던 모든 일들을 떠올려본다 하더라도 찾아오는 것은 후회와, 별 의미없는 짜증,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차오르는 피로감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빌딩의 최고층 문이 열렸고, 토니는 날이 밝으면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에게 그의 시간 때우기용 방패를 선물해 보내라는 지시를 프라이데이에게 간단히 일렀다. 그는 차갑게 온기가 식은 그의 회색 수트를 벗었다. 살에 닿는 천이 소름끼치도록 차갑기만 했다. 토니는 수트를 벗어놓고, 문득 탁상 옆을 지나다, 꽃이 없는 화병 옆에 놓인 조그마한 액자를 보고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은 오래 되어 표면에 먼지가 쌓인 액자를 토니는 조심스레 쓸었다. 사진 속에는 앳된 얼굴의 어린 피터 파커와, 지금 보다는 조금 더 젊고 조금 더 여유로웠던 시절의 토니 스타크가 있었다. 피터의 노란 후드의 가슴 부근에는 미드타운 고등학교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토니는 뜻밖에 찾아온 진한 향수의 기운에 붙잡혀 한참 동안이나 그 액자를 쥐고 서 있었다. 가슴 부근이 물에 젖은 듯 먹먹해졌다.

“프라이데이.” 토니는 헐떡이는 소리를 내며 그의 충실한 인공지능을 불렀다. “Yes, Mr. Stark?” 프라이데이는 곧바로 그의 부름에 답했지만 토니는 도무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답지 않게도 애매하게 말을 얼버무리며 프라이데이에게 방 안의 온도에 관해 조금 지껄였다. 그는 자신의 이상행동을 타인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그저 그의 감정에 관한 것일지도 몰랐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감정과 뒤늦게 찾아온 후회를 내보이고 싶지 않은 한 나약한 남자가 내뱉는 개소리인지도 몰랐다.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즉 관계와 감정을 간과한 한 인간이 행하는 불안전한 자기방어였다.

아무래도 토니 스타크는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액자를 제자리에 내려놓고, 세월의 흔적이 쌓인 손으로 주변의 먼지를 쓸며 토니는 생각했다. 사상 최악의 플레이보이라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너무 많은 고뇌에 휩쌓이니까 도피의 목적으로 여자를 택한 거지. 

그러나 애초에 그에게 선택권이라는 게 있기나 했었던가? 정신이 달린 어른이라면 고등학교 일 학년과의 진지한 관계를 상상하지 않는다. 동성이란 부분도, 무려 삼십 년의 나이 차이 앞에선 아무런 위화감도 주지 않았다. 토니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에게는 아직 청소년기도 채 지나지 않은 조그마한 꼬맹이를 사회로부터 보호하고, 그의 통상적이지 않은 생각- 착각을 바로잡아줄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그가 과연 어떠한 행동을 취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토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한 남자 인생을 초라하게 만든다. 자신의 과거를 향한 짙은 부정은 참으로 측은한 것이며, 애처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죽은 날을 앞둔 나무가 자신의 뿌리를 전부 잘라서 남들의 앞에 내보이는 것과도 같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토니는 처음에는,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그에겐 분별력이 있었고, 피터에게는 미래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아주 천천히, 뿌리부터 뭉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의도된 붕괴처럼, 서서히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들은 남겨진 감정의 찌꺼기 위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토니는 벗어놓았던 겉옷을 팔에 두르고 방을 나섰다. 그가 벗어남에 따라 기다렸다는 듯이 방 안이 소등되었다.

~

아무려면 어떠냐고 생각했다. 토니는 아무리 애를 써도 피터를 수용할 수 없다. 토니는 자신이 피터를 보호자 이상의 감정으로 신경 쓴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인간 기본의 윤리였다. 토니는, 피터가 아무리 애를 써도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 토니와 피터는 연결 될 수 없다. 그 생각을 할 때면 피터의 가슴이 극심하게 답답해져서 마치 토르의 묠니르가 한 백 개 쯤 위에 얹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필이면 왜 그런 자식을 좋아하게 되어서. 하필이면 왜 그런 자식을 첫사랑으로 두어서.

토니는 피터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은 피터도 인정하는 바 였다. 자신이 갓 태어난 갓난 아기를 사랑하려 애를 쓰는 것과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잊으려고 노력도 무진 해 보았다. 그러나 자꾸만, 자꾸만 토니가 눈 안에 들어와서, 어느새 눈을 감으면 암흑 속 눈동자에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모습이 세겨지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피터의 가슴 속에 깊숙히 들어와 버렸다. 사랑보다는 차라리 염증 같았다.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아파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피터는 토니를 벗어날 수 없다. 너무 오랫동안 한 사람만을 생각해온 나머지 그가 없는 그의 의식은 온전하지 않았다. 텅 빈 허전함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왜 때문에 토니가 좋았더라?’ 피터는 담담히 생각해 보았다. 무심한 듯 드러나는 배려? 시니컬한 언변 능력? 그것도 아니라면 가끔씩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여주는 친절함인가? 

이제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다. 피터는 토니와, 그가 자신에게 미친 어마무시한 영향을 고작 몇 가지 이유들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에게 토니는, 이제는 감히 누가 무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대단한 존재였다. 그에게 토니가 그저 추상적인 구멍으로만 남아서 이미 흘러버린 시간과 허전함을 떨쳐버릴 구석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끔씩 회상해보며 의미없는 웃음을 흘릴 수 있는 구석으로 남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남아서, 태연하게 그를 마주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없다. 그리고 피터의 상처는 토니라는 염증을 품은 채로 치유되어 건드리기만 해도 독을 뿜는 구멍이 되었다. 

피터는 밤 새도록 자신의 작은 방 회전 의자 위에 앉아 이미 흘러가버린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삶을 빚은 모든 것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인연과 우연, 그리고 모든 실수들에 대해 회상했다. 탁상 위에 놓인 시계는 기계적으로 굴러갔다. 그가 생각에 잠겨 아무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시계는 계속해서 굴러갔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피터의 의식 속에서 방 안의 모든 것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시점에도 시계는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아서, 어느새 고개를 들어보니 피터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작은 시계 밖에 없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바래지고, 방 안에는 피터와 시계, 그 둘 밖에 없었다. 피터는 껄껄 헛웃음을 지었다. 그 사실을 자각하고 피터는 그제서야 그가 처한 이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그간의 모든 소동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를 깨달은 것이었다. 돌연 그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좋다. 모든 것이 형체도 없이 일그러지고 부스러져도 아무래도 좋다. 모든 인연들이 끊겨버리고 주위에는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자들 만이 남는다 해도 아무래도 좋다. 무엇이든 좋은 것이다. 모든 것이 좋다. 그는 드러눕 듯이 상체를 기대고 있던 회전 의자에서 몸을 조금 일으켰다. 양 뺨이 파리하고 입가가 잘게 경련하는 것이 자못 미치광이 같았다. 

“하하, 모든 것이 좋은 것이야.” 피터는 입가를 흉측하게 일그러뜨리고 웅얼거렸다. 깊게 잠겨 암울하게도 들리는 목소리와 대조되게도 그의 표정은 어떠한 매우 무거운 짐에서부터 비로소 해방된 것처럼 밝고 가볍기까지 했다. 그는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모든 것이 좋다,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다. 토니가 순수하고 무방비했던 그에게 박아넣은 사람에 대한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아직 떨쳐버릴 수 없는 것도 아무래도 좋다. 





2. 토니랑 피터가 서로 노후를 약속했으면 좋겠다 같이 살면서 토니가 늙으니까 피터 불안해하는거


나는 늙었어.

아… 나는 늙었구나.

“오늘 아침에 깨달았지. 면도를 하려고 거울 앞에 섰는데, 그 속에 비친 인물의 흉측한 얼굴을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아차린 거야!” 토니는 숨이 턱까지 차서 푸념하듯 속사포로 말을 뱉어내었다. 그의 턱은 작은 생채기와 함께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면도를 하다 손이 미끄러진 것이 분명했다. 토니는 이 상황이 마치 해학한 작은 희극에 불과하다는 듯이 껄껄 웃음지으며 거듭 자신의 상처를 손으로 가리켰다. 피터는 탄력을 전부 잃은 그의 피부와 뿌리가 희끝희끝해진 머리칼을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눈 앞에 선 남성은 참으로 초라했다. 세월은 제아무리 슈퍼히어로를 부업으로 하는 억만장자의 토니 스타크라도 비껴갈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피터는 돌연 그의 늙은 연인이 너무나 연약하고 힘 없게만 느껴졌다. 그의 굽은 어깨를 보아라. 그의 살이 붙은 허리를 보아라. 바라보기에 불쾌하기까지 한 그의 하얀 런닝은 또 어떻고! 속옷 차림으로 자신의 펜트하우스 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그가 나이 육십을 넘은 이상 더이상 토니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여전히 땀에 젖은 하얀 런닝에 체크무늬 파자마 하의를 입고 돌아다니는 토니는 얼마나 추한가! 그런 것도 모르고, 그런 것은 전혀 모르고! 자신이 여전히 한창 때의 잘나가던 토니 스타크인 줄만 알고!

“...피터? 무슨 일이라도 있어?” 토니가 무언가 잘못 된 것을 깨닫고 불안하게 입을 열고서야 피터는 생각을 돌릴 수 있었다. 피터는 고개를 저었다. 늙어버린 토니라니! 그런 끔찍한 상상 따위 그는 견딜 수 없다. 그는 그럴 수 없을 것이고 수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의 눈에 토니가 늙게 비춰지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필경 그 때는 상황이 닳고 닳아 더 이상 회피의 거짓말 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일 테니 말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요컨대 그런 날이 정말 온다면, 그 때는 피터와 토니의 사이에 후회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아아, 그런 끔찍한 생각을,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감히 그가 하다니! 

~

“토니.” 정오가 넘은 시각에 정리되지 않은 침대 속에서 피터는 속삭이듯이 토니의 이름을 불렀다. 나즈막한 그의 목소리가 곁에 누워 있던 토니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토니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그의 젊은 연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의 표정은 나른해보이기도 했지만 반쯤 감긴 눈꺼풀 너머로 비치는 장난기를 피터는 확인할 수 있었다. 피터는 그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응.”

“당신은… 늙어버렸어.”

“사람은 누구나 늙어.”

“초라해져버렸고.”

“그럴지도 모르지.”

말을 멈추고 피터는 토니에게 몸을 기댔다. 마주 안은 그들의 팔이 호박넝쿨 처럼 얽혔다. 그들의 포옹은 필사적이기까지 했는데 피터에게 있어서 그것은 흘러버린 세월을 감추려는 필사의 몸짓이었다. 토니는 알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누워서 허공을 응시했다. 피터는 토니와 눈을 마주하려 들지 않았다. 함께 있지만 서로 각자의 공간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토니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후회해?”

나와 함께 하기로 한 것을 후회해? 마지막 그 순간에 타노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나를 살려낸 것을 후회해? 세상의 반 대신 나 하나를 살려낸 것을 후회해? 우리가 서로를 미치게 만드는데, 서로의 삶을 지옥같이 만드는데, 나와 보낸 모든 시간을 후회해? 

아니, 아니었다. 토니의 질문은 그런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그의 늙은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그의 연인에 대한 용서이자, 정중한 사과였을 뿐이다. 이미 늙어버린 그에겐 더 이상 조악한 단어 유희마저 재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후회하느냐고?” 피터는 우습지도 않다는 듯이 킥킥거리며 대답했다. 글쎄, 후회할까? 그렇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 우리가 서로의 삶을 지옥같이 만드는데 무언가 변명할 것이라도 있을까? 함께 있으면, 이미 흘러가버린 세월이 지독히도 무거운 시계추가 되어 연방 머리를 때리는데 저항할 것이 있을까? 이젠 시계를 바라보기만 해도 치아가 떨릴만큼 끔찍한 생각이 떠오르고, 그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뇌가 짓물릴 때까지 후회할 텐데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피터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를 껴안고 있는 그의 연인의 생기 잃은 피부를 보았다. 토니의 주름진 눈가도, 깊게 패인 세월의 흔적도, 전부 고스란히 남아 그의 눈 안에 담겼다. 오, 토니. 그는 생각했다. 사랑하는 토니. 나는 네가 늙지 않았으면 했어. 네가 너의 늙은 모습을 내게 보여주지 않았으면 했어. 그는 토니의 뺨을 부드럽게 쓸었다. 여전히 토니는 땀자국이 진하게 남고 목이 늘어진 하얀 런닝 차림이었다. 피터는 토니의 체크무늬 속옷 바지 위로 발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머리 속에서 생각은 점차 자리를 잡아 갔다. 

“당신은 당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회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어.” 피터는 원망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부정해야 하는 이유도 없어.” 무덤덤하게 토니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피터는 후회하고 있는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피터의 표정이 굳혀지고, 토니에게 몸을 더욱 밀착했다. 불안정한 관계의 거품이 걷히는 순간, 불안감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서로에게 실증이 나면 어떡하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다고 여겼던 것이 단지 착각일 뿐이었다면 어떡하지? 토니가 늙어버린다면 어떡하지? 피터는 파도치는 불안감의 호수 속에서 위태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토니는 알고 있을까? 매일 밤 피터가 꼬리에 꼬리를 물은 걱정 속에서 그의 주름진 손을 잡고 잠을 청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토니의 머리칼에 흰 가닥이 하나 하나 늘어날 때마다 그의 가슴이 무너지듯 휘청이는 것은 알고 있을까? 피터는 나날이 늙어가는 토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흘러가는 세월을 무마하려는 그런 성과없는 시도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는 그렇게 고통받았다. 그런데 토니는? 그가 감히 이런 피터에게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무수히 많은 살아가야 할 날들이 남은 그의 젊은 연인에게 무슨 타박이라도 할 수 있을까? 

늙고 싶어하는 노인과 흘러가는 모든 시간이 고통스러운 젊은이 사이에서 위태롭게 관계는 이어졌다. 일상은 늘어졌다. 어쩌면 그들은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 것은 아무도 모른다. 

토니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무릎 너머까지 끌어내리며 그는 망설임이 가득 담긴 눈길로 그의 연인의 곁을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렸다. 카페트 위에 엉망으로 나동그라져 있는 슬리퍼 양 짝을 꿰어신고는 토니는 침실에 딸려있는 화장실으로 발길을 옮겼다. 손잡이를 돌리자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모가 엉망으로 흐트러진 칫솔을 들고 뿌지직 소리를 내며 치약을 짰다. 그는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칫솔모가 그의 치아를 치약으로 비비고 쑤시고 긁어내는 동안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거울 속에 담긴 노인의 모습은 흉측했다. 그는 그 자신의 반사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씨익, 어색한 웃음은 되돌아왔다. 그래, 아무래도 좋다. 토니는 생각했다. 모든 것이 좋은 것이다.

“일어났어?” 화장실을 나서며 토니는 물었다. 피터는 부스럭거리며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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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ㅎㅎ 힏알이입니다. 엄청 오랜만이네요... 일단 이런 조악한 글이라도 읽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현생에 치여서... 6개월 동안 포스팅을 한 개도 안 했네요. 다시 한 번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이 블로그는 참 유치하네요. 커버라던가 커버라던가 이름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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