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토니피터] 버리다 11




11.

웨이드 윌슨은 당황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설마 저가 부러져 어긋난 척추뼈를 맞추는 그 일분 남짓한 시간동안 이런 큰 일이 벌어질 줄은 전혀 몰랐다. 웨이드의 팔에 기절해 추욱 처진채 안긴 스파이더맨은 너무나 약해보였고, 손만 대도 부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너무나 연약해 보였다.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정말, 천방지축이었다. 그 짧은 시간을 못 견뎌 결국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처연하게 쓰러진 스파이더맨이. 그의 팔에 가만히 안겨있었다. 불사신도 아니고 힐링 팩터도 없으면서. 과연 그와 똑같은 상황에 웨이드가 처했더라도 그처럼 용감하게 몸을 던질 수 있었을진 알 수 없었다. 아마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스파이디와 웨이드는 기본 능력조차 달랐다. 웨이드는 너무나 단련되어 죽어도 아프지 않았지만 저의 모빌의 문짝에 정통으로 배를 관통 당한 피터는 경험이 많을리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괜찮아요?? 괜찮아요??"


그 짜증나게 죄없는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자가 저에 안긴 스파이디에게로 다가와 거듭 감사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스파이디의 거의 다 죽어가는 눈동자는 여자를 발견하고 번쩍 뜨였다. 힘도 없으면서 괜찮다며 부러진 팔을 살짝 들어올려 계속되는 거북한 감사 인사를 만류했지만 그의 팔은 이미 엉망으로 꺾여 있었기에 오히려 여자의 걱정과 죄책감에 불만 붙이는 꼴이 되었다. 울상으로 엉망이 된 표정으로 거듭 감사하다 감사하다 말하는 여자는 스파이디의 부러져 꺾인 팔에 헉, 하고 놀란 소리를 내었다. ㄱ, 괜찮아요. 스파이디는 턱부분부터 코 중간부분까지 거의 다 찢어져 너덜너덜하고 입에서 흐른 피투성이인 마스크를 내리고 싶었는지 손을 들어 허공에 움직였지만 마스크는 커녕 머리에도 닿지 않았고 그의 팔은 힘없이 내려갔다. 웨이드, 마스크. 스파이더맨이 웨이드에게 피가 울컥울컥 올라와 쇳소리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애기야. 지금은 쉬어. 웨이드는 스파이디를 다시 제대로 안았지만 스파이디는 불만스러운지 계속 마스크. 마스크. 마스크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내려줘...마스크. 웨이드으.."

"응. 스파이디, 알겠어. 알겠어. 내려 줄테니까, 쉬어. 자고 일어나면 전부 괜찮아질거야..."


웨이드는 이런 상황에서까지도 저의 비밀과 신원을 신경쓰는 스파이디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피에 물들어 축축한 검붉은색의 마스크를 살살 내려 얼굴을 가려주었다. 역시나 피에 흠뻑 젖어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는 스파이디는 왜 이렇게 저의 시크릿 아이덴티티에 집착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용병 일을 주업으로 하는, 목숨이 파리 내장값도 못하게 만들 정도의 힐링팩터를 지닌 웨이드로선,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엘리를 제외한다면 그의 주위는 전부 악의 여왕이라거나, 죽음의 여신이라던가, 페이션트 제로라거나 하는 자기 자신 한 목숨씩은 다 힘 하나 안들이고 지킬 수 있는 징글맞게도 쎈 자들이었기에. 희생이란 단어를 직접 뼈저리게 느껴본지는, 너무나 오래되었다. 


"웨이드......어ㅂ 져스 ㅂㅗ부로..."

"알았어, 걱정하지마 애기야. 괜찮아. 괜찮아..괜찮을거야."

"ㅂㄴ져ㅕ스...토ㄴ...ㅌ니ㅣ..토니"


웨이드는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아니 단어의 나열을 계속해서 피투성이의 입으로 웅얼거리는 스파이디를 안심시키며 알겠다고 알겠다고 거듭했다. 웨이드의 오늘 낮까지만 해도 빛나던 새 모빌은 아주 똥차가 되어버렸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스파이디를 살려야했다. 저의 팔에 가만히 안긴 스파이디는 피를 잔뜩 흘린 채 죽어가고 있었다. 웨이드는 패닉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주로 그는 직업의 특성답게 사람을 죽이면 죽였지 절대 한번에 안 죽고 점점 죽어갈 정도까지만 죽이고 살리려하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사람을 살리는것은 그의 특기와 평소의 작업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었다. Damn it,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하지?? 웨이드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 절대 일반 병원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웨이드가 위생관념이 쓰레기인 일반 병원에 패티시가 있어서는 절대로 아니었지만 - 아니 반쯤은 맞았다고 하자 - 아무래도 스파이더맨이 일반인은 아니었기에 신원도 문제고 안전 문제를 놓고 보아도 일반 병원보다는 더 전문적인, 히어로들을 위한 병원에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어벤져스의 메딕 같은. 


"Shit!"


웨이드는 그의 팔에 축 늘어진 스파이디의 체온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초조하게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는 스파이더맨을 발견하곤 반갑게 다가가 뒷문을 열어주기까지 했지만 곧 피투성이인 둘을 보고 인상이 구겨졌다. 승차 거부를 당할지도 모르겠을 때, 웨이드는 총을 꺼내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정말 나중에 별점 반개도 안줄 거라고 중얼거린 웨이드는 빨리 어벤져스 본부로 몰라며 스파이더맨을 태우게 되어 영광이라는둥 괜찮은 거라는 둥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택시기사를 재촉했다. 


"이봐, 택시기사씨. 그쪽이 나중에 뭐 스파이더링의 광팬이라던가 도움을 받았다던가 정말 감사하다던가 그런말 주저리주저리 시끄럽게 지껄이는 것보다 지금 좀 닥치고 제대로 몰아주는게 훨씬 더 도움 되. 스파이디의 목숨이 니 핸들과 악셀에 달려있다고."

((스파이디 죽게 만들기만 해봐, 내가 매일 밤마다 숨막히는 죄책감 때문에 잠도 못자게 만들 테니까.))

[우린 진짜로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어...]


매분매초가 아깝고 치명적일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늘 웨이드가 그럼 그렇지 운은 지지리도 나빴다. 거기에다 아무래도 계속 요 몇달간 하루가 멀다하고 저같은 또라이랑 엮이는 것도 그렇고 오늘 있었던 일도 그렇고 스파이더맨도 웬만한 경쟁자들 저리가라 할 만한 불운의 아이콘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재수 똥 말아 쳐먹은 그 둘이 한 차에 타면 결과는 하나밖에 없었다. 큰 사고, 아니면 엄청난 러시아워. 지금의 경우는 후자였다. 에라이, 빌어먹을 뉴욕의 교통법. 차라리 기어가는게 더 빠르겠다 싶을 정도로 느린 차량에 웨이드는 욕을 쓰며 문짝을 뜯어낼듯이 세게 열어 재끼고 차에서 내렸다. 물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기절한 스파이더링을 팔에 필사적으로 껴안고.


 "허억, 헉. Shit, Shit!"


발이 둔탁한 땅에 닿은 순간부터 미친듯이 달렸다. 폐에 늘 차 있던 담배와 코카인 섞인 뜨뜻 미지근 하면서 점액질 느낌도 나는 걸쭉한 하얀 엑체가 빠질락말락할 때까지 뛰었다. 늘 그의 머릿속에 기생하고 있던 매드캡과 닥터봉이 찍소리 하나 내지 않고 조용해질 정도로 심각하게. 살아생전 처음으로 웨이드는 죽어가는 자를 살리려하고 있었다. 살려하는 자를 죽이는게 아니라. 

대략 이십분가량을 죽어라 뛴 웨이드는 곧 어벤져스 새본부로 오게 되었다. 저번 도심 한복판에 있던 어벤져스타워는 가깝고 편했을텐데 무슨 멍청이가 모래성 부수듯 팍팍 부숴버려서 스파이더링의 명을 좀 더 단축시켰을지도 몰랐다.

경비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그 삼엄한 입구의 경비를 어떻게 통과했는지도 몰랐다. 기억이 나지 않았고 유일하게 확실했던 것은, 무슨 개 같은 방법을 쓰더라도 한시라도 빠르게 스파이디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쾅쾅.코ㅓ쾅콰ㅏ쾅쾅쾅!!! 두두ㅜ두ㅜㅜ두두ㅜㅜ드드드ㅡ드두두두- 

웨이드는 머리에 드는 것이 없었다. 피 흘리는 스파이디를 살려야 한다. 살려야만 한다. 살려야만...한다. 지지리도 안열리는 비브라늄 뒷문을 향해 바주카포를 쏘아대고 수류탄도 던져보고 포크도 던져보고 숟가락도 던져보고 별짓을 다 해 보았지만 망할, 너무 튼튼해서 위험할 정도인 비브라늄 문은 그의 모든 공격을 반사해 낼 뿐이었다.


"젠장, 문 좀! 문 좀, 열라고-!!"


제발...


쾅! 

웨이드는 스파이더맨을 바닥에 눕히고 문에 몸을 던졌다. 꿈쩍도 하지 않았고, 미동도 반동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다시, 또다시 몸을 던졌다. 쾅, 쾅 쾅! 웨이드의 정수리가 축축해지고, 다리가 휘청거리며 완전히 풀려버려 쓰러질 때까지 웨이드는 몸을 던졌다. 그게 웨이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으니. 






"Mr. Stark? 동쪽 A문에 무허가 침입자가 있습니다."


프라이데이의 보고에 하던일을 멈추고 동쪽 A동을 모니터링한 토니 스타크는 화면에 뜨는 익숙한 두 쫄쫄이의 남성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게 되었다. 온갖 레이저와 화살들, 함정들과 트랩들, 그리고 불타는 폭탄들을 맨몸으로 통과해 기어이 문에 도착한. 빨갛고 검은 쫄쫄이를 입은 조금 더 큰 체구의 사내는 멍청하다 못해 어디가 떨어지는지 비브라늄 문을 향해 자진해서 몸을 던지고 있었다.


"아...아프겠군."


남자가 네번을 연속해서 몸을 던졌을땐 토니의 입에서도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남자, 그러니까 데드풀의 붉은 스판덱스 마스크를 쓴 머리는 붉은 피를 내뿜고 있었고, 어찌나 피가 흘렀는지 완벽한 검은색이었던 데드풀 마스크의 눈가가 붉게 보일 정도였다. 쾅! 또다시 몸을 던진 데드풀은 습득력이 없는건지 의무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건지 쉬지도 않고 몸을 던졌다. 희미한 양의 전기 또한 통하는 이 문에 저렇게 여러번이나 몸을 던지고도 무사할수 있다는 것에 감탄이 나왔고 확실히 힐링팩터 하나는 정말 대박이라고 수긍했다. 쿵, 쾅, 콰앙- 그 후로도 수차례에 걸쳐서 데드풀은 몸을 던졌고, 문을 열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었다. 쾅!! 열댓번 정도 던졌을 땐, 유난히 큰 소리가 났고, 몸을 던진 데드풀의 머리는 충격에 잔인하게 꺾여 있었다. 다시 일어나 몸을 또 던지진 못하겠는지 데드풀은 바닥에 푹 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으로 추정되는 피투성이의 남자에게로 기어가서- 잠깐만, 지금 스파이더맨이라고?


"젠장...문 좀 열어..스파이더맨이 죽어간다고..."


토니는 당황했다. 잠깐만 지금 저 화면에 나오는 피투성이의 남자가 스파이더링? 그러니까 애송이 피터 파커 말하는 거잖아. 


"프라이데이, 화면 좀 확대해봐."


프라이데이가 확대해준 화면에서 그 피투성이의 남성은 거의 85% 수준으로 스파이더맨과 일치했다. 도대체 왜 스파이더맨이 피투성이에 쓰러져있는거고 왜 데드풀은 피터를 살리려고 하고있는거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도대체 왜, 피터가 저 글러먹은 데드풀 놈이랑 같이있는 건데.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토니는 지끈거리는 전두를 엄지로 꾹 누르며 낮은 욕설과 함께 지시했다.


"......메딕. 메딕 불러. 지금 당장. 스파이더맨이 다쳤다고 해."


정말. 여러모로 신경을 끌 수가 없는 놈이군. 일단 지금은 스파이더맨의 안전과 쾌유가 우선이었지만 토니는 후에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아닌, 인간 피터 파커가 깨어나면 왜 이런 심각한 일이 일어난건지, 왜 데드풀 같은 사내와 함께 있었던 건지 날잡고 한번 타일러야겠다 마음먹었다. 저번엔 새벽에 게이 빌리지 쪽 클럽에서 나오는 것도 포착했다. 메이도 피터가 집에 자주 안 들어온다고 걱정했고. 왜 요즘 이렇게 엇나가는 것인지. 뭐가 잘못된건지. 물어봐야 했다.



HidALE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