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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버리다 10



10.


"그래서...이게 네 이상형이란 말이지?"


웨이드가 설정해준 저의 외형을 근처의 쇼윈도를 통해 비춰보았다. 사슴같은 갈색 눈동자와 붉기도 하면서 분홍빛이 도는 볼과 아직은 젖살이 남아있는 턱선부분, 순수하고 죄없는 척 해보지만 누가봐도 가장 매력적이고 미치게 만드는 장미를 생으로 녹여넣은것 같은 붉고 풍성하며 도톰한 입술. 한참을 바라보다 피터가 마침내 입을 떼었다. 마지못해 연 것 같은 느낌도 없지않아 있었다. 더러움과 경멸 섞인 목소리로 피터는 웨이드를 향한 저의 시선을 박아내렸다. 


"오..웨이드 나는 네가 정말 싫어."

"괜찮아, 신경 안 써. 애초에 스파이디는 나를 좋아해줬던 때가 없었으니까!"

"진짜, 진짜......진짜 니가 더럽다."

"왜? 혹시 내 취향이 문제인거야??"


데드풀은 가식적으로 우는 연기를 했다. 우엥 소리를 내며 근육진 팔에 얼굴을 묻는 데드풀을 피터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니꼽게 바라보았다. 도대체 키도 크고 몸도 좋고 근육도 빵빵하며 좆도 클 것 같이 생긴 놈이 저렇게 애같이 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매사에 신중하지 않은 사람. 피터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내, 어...내 친구중에 딱 니 이상형인 애가 있어."


한참을 또 고민하다 피터가 말했다. 


"진짜??" 


그러자마자 데드풀은 바로 고개를 들어 피터를 쳐다보았고, 피터는 대략 영점 일초만에 저의 행동을 후회하게 되었다. 피터는 데드풀의 부담스런 시선을 회피하고 변명하듯 빠르게 말했다.


"...보기 어려운 얼굴도 아니잖아. 솔직하게 말하자면 흔하디 흔하지."

"아니야. 아니, 아니지!"


노, 노. 손가락을 허공에 휘휘 까딱이며 데드풀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단언했다.


"나한테 중요한 건 얼굴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열정이나 매력이야. 그래서 내가 얼굴도 모르는 스파이디를 좋아하는 거잖아. 그리고 나도 이젠 겉모습 가지고 사람 판단하긴 싫다고."

[그렇지만 스파이딘 몸매가 죽이지. 목소리도 존나 밑에서 울리고 싶게 이쁘고.]

((워후~ 고거 인정ㅋ))


데드풀 치곤 정말 논리적이고 그럴싸한 그 연설을 들은 후 피터는 넘어갈 뻔했다는 불안감에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그렇지만 그 직후에 딸려온 데드풀의 늘 그렇듯이 이상한 혼잣말에 그럼 그렇지 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망할.

선한 사람이나 선하게 바뀌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착해지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이기적인 천성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속엔 한번 싫다고 느낀 사람은 영원히 용서할 수 없고 싫어할 수 밖에 없는 피터 파커 특유의 고지식한 천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데드풀을 향한 피터의 시선이 동전 뒤집듯이 한순간에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단지 피터가 무슨 시선에 더 힘을 실어주는지에 달린 것이었다. 




"새로 개조한거야."


공영주차장으로 몇분간 짧은 보도를 한 데드풀과 피터는 곧 빨갛고 검은 데드풀 모빌에 도착했다. 데드풀 모빌의 운전석엔 데드풀이, 동반석엔 피터가 탄 채로 피터는 감탄했다. 꽤나 깨끗하고 반질반질한 검은 시트를 앙증맞은 작은 손으로 팡팡 쳐보며 피터는 입이 헤 벌어졌다. 


"웨이드 부자네?"

"애기야 날 뭐 상거지새끼로 보는 거니. 당연하지."


집에 자동차라면 벤 삼촌의 유품인 당장이라도 부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낡은 쉐보레 트럭 한대 뿐이었고, 개인 자동차라면 꿈도 못 꿔 운전 연습도 몇번 안해본 피터로서는 데드풀 모빌을 직접 개조할 수 있는 웨이드가 끝내주게 부러웠다. 

내색은 없지만 꼬옥 주먹쥔 양손의 끝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발견한 웨이드는 피터가 귀여워 속으로 웃었다. 이런 종류의 순수함은 정말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것이었다. 쉬클라와 결혼했지만 쉬클라는 순수함과는 거리가 천차만별로 멀었기에. 아무렴 죽여주게 섹시한 악의 여왕인 쉬클라에게서 청순함과 순수함을 바라는건 너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웨이드는 쉬클라에 정말로 만족했고 더없이 행복한 섹스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 더러운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성녀 마냥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을 느끼는 것도 좋은 법이었다. 그런 면에선 스파이더맨은 때때로 웨이드의 친딸, 여덟살의 엘리보다도 순수할 때가 있었다. 


"와우, 나도 스파이더 모빌 같은거나 하나 만들까.."

"내꺼 절대 따라하지 마. 아무리 내 데드풀 모빌이 존나게 멋있어도 말이야."


픽. 

피터는 웃긴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안해, 돈 없어."




온갖 특이한 버튼들이 가득한 데드풀의 모빌 속에서 피터는 신세계를 경험 중이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본 것도채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수륙양용이라는 데드풀의 모빌은 도시촌놈인 피터에게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웨이드는 말은 안해도 좋아라하는 피터에 자기도 신이 나 조목조목 저의 모빌의 좋은 점과 기능과 추억들을 풀어내고 있었다. 물론 평소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웨이드가 자랑하고 피터는 듣지도 않는다면서 데드풀이 또 무슨 또라이 같은 짓을 할까 걱정돼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는 형태여야 했겠지만 이번엔 피터도 조금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자의로 귀를 열고 듣고 있었다. 


"그래서...이 버튼을 누르면......하늘을 날 수 있어...!"

"뭐? 말도 안돼."


비밀이란 듯이 조그맣게 속삭이는 데드풀이 불안한지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피터는 믿을 수 없었다. 


"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방금전에도 내가 수직 라이드 버튼 누르니까 건물을 수직으로 타고 올라갔잖아."

"그렇긴 한데. 이건..."

"그리고 팝콘 버튼 눌렀을 땐 진짜 먹어도 안죽는  팝콘이 나왔고."

((옳소.))

"그래, 그런데...그게 아니라"

"뭐가 중요해?? 라디오 버튼 눌렀을 때에도 라디오가 한번에 나왔는데 고작 하늘을 못 날까봐? 말도 안돼! 데드풀의 모빌에서 필요없는 버튼은 없어."

((딸치는 버튼도 있지.))

[캡틴이 앞의 홀로그램 화면에 나와서 성교육을 해주는 영상을 틀 수도 있어.]

"...아 몰라. 그냥 하지마. 알겠어? 하지말라고."

"명확한 이유가 없으면 굳이 누르지 않는 것에 동기부여가 안되는데 자기야."

"이유 그딴거 없으니까 그냥 좀 닥쳐주면 안될까."

"음, 생각해볼게."

((근데 역시 그냥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사는 편이 속 편하고 좋은데.))


실수 라고 해야했을까. 실수라기엔 너무나 고의적이고 고의라기엔 어딘가 어설픈 그 행동은 피터에게 아마 평생갈 트라우마를 선물해 주었다. 몇 가지 교훈도 뼈에 사무치듯이 깨닫게 되었는데, 일단 절대 데드풀, 웨이드 윈스턴 윌슨과는 한 차에 타지 말라는 것이었다. 물론 웨이드가 평소에도 차선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고 깜박이를 넣을때 끼워줄 수도 있는 일을 절대 그냥 넘어가 주지 않긴 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데드풀은 안경을 닦는다고 하더니 실수라며 웃으며 비행 버튼을 눌러버렸다. 도대체 웨이드가 왜 안경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부숴진 안경이 하나 있긴 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피터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웨이드는 가장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면서 동시에 가장 예측하기 쉬운 나름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그러니까, 늘 주위의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건, 아니 저버릴 수 밖에 없는 건 웨이드 특유의 특성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웨이드의 변명은 다채로웠고 풍성하고 과장되게 부풀려 있었다. 아예 상종하지를 않는게 좌우간 편한 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게 피터의 몇 없는 흠들중 하나였다. 


“오, 마이 갓. 지쟈쓰 크리스트! 데드풀...설마 지금 그거 누른거야?!”

“음.”

[아무래도 그런것 같은데.]

“젠장. 이게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아?? 솔직히 말해봐, 한번도 안 날아봤잖아.”

“응. 그렇긴 한데. 어쩔 수 없었어. 내 내면의 사전엔 결과라는 단어가 없거든! 그냥 작은 선천적 장애일 뿐이지.”

“다음부턴, 다음부턴 절대 데드풀과 한 차에 타지 않을거야! 진짜로.”


피터는 절망했다. 아무래도 이거 죽거나 정말 심각하게 다칠 것만 같은 기분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어느새 피터의 손톱은 저의 이 사이로 들어가 무자비하게 뜯기고 있었고 다리는 불안감에 덜덜 떨렸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웨이드는 평온했고, 평안했다. 나들이 나온 사람인 양. 그러는 동안에도 데드풀 모빌은 계속해서 덜덜덜덜 떨려왔고 배기구에서도 이상한 액체가 흘렀다. 뭔지는모르겠지만 확실히 평범한 가스나 기름은 아닌것 같았다. 거의 부숴질듯 털털 떨리던 모빌은 곧이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핸들은 아무렇게나 돌려져 웨이드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어, 어! 이거 왜 이래?!”

“나도 몰라, 베이비. 나도 모른다고!”


쿵쾅 거리며 데드풀 모빌은 전후좌우를 21세기 자동차의 속력을 초월한 빠르기로 박아대기 시작했고 뒷바퀴엔 불이 붙어 미친듯이 타올랐다. 범퍼는 충격에 다 뜯어졌고 오른쪽 문짝은 찌그러져 푹 들어갔다.


“오, 마이 갓...나는 죽을거야.”

“그래, 우린 죽을거야!”

((적어도 스파이디와 함께 죽을땐 좀 더 로맨틱한 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이벤트라던가.]

“씨발, 너 땜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쾅! 피터 쪽의 사이드미러가 불이 붙었고 피터는 필사적으로 문을 열어재끼려 노력했지만 아무리 스파이더맨의 파워를 전력으로 쓴다고 해도 가속도와 문에 붙는 중력 때문에 힘만 빠질대로 빠질 뿐이었다. 혈압이 올라 피터는 이마를 체념한 듯 짚었고 다시보니 이미 한참 전부터 웨이드가 준 홀로그램 빔은 떨어져 없어진지 오래였다. 피터는 스파이더맨의 날렵한 눈매를 찌푸리며 웨이드를 노려보았다. 


“아마도 우린 죽을 것 같은데.”

“다 너 때문이야, 웨이드. 내가 죽는 것도, 내 숙모가 혼자 남으시는 것도.”

“이렇게 그냥 죽어버리고 싶진 않아.”

“내가 할 소리거든!”

“오, 지져쓰..뭐라도 해야 돼! 죽기전에.”

“지랄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더 떨리잖아!”

“뭐라도,”


해야 돼


그말을 하면서 웨이드는, 저의 입술을 스파이더맨과 입술에 박쳤다. 마스크를 벗지도 않은채로. 비볐다. 네가, 좋아. 스파이디. 웁! 놀란 스파이디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밀쳐지면서도 그의 입술을 훔쳤다. 그저 스파이디의 입술 윤곽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거친 마스크 밑으로도 부드럽고 차가운 마스크 속에서도 따뜻한. 웨이드는 피터의 날카롭지만 아직은 어린지 젖살이 살짝 붙어있는 턱선을 매만졌다. 다시, 쪽 쪽 거리며 스파이더맨의 턱, 코, 광대, 볼, 이마, 그리고 두눈과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저가 여지껏 키스해본 여자들과 남자들 중에 가장 부드럽고 신경쓰며. 마스크는 절대 올리지 않았다. 충격받고 싶게하지 않았다. 


“웨이드 씨발놈.”


피터는 저의 마스크를 입술부분까지 걷어올렸고, 웨이드의 마스크 씌인 입술에 맞춰 쪽 쪼옥 빨았다. 그리곤 웨이드에게로 기대, 그의 마스크를 걷으려 손을 대었지만 웨이드는 몸을 뒤로 젖혀 피터의 손을 막았다. 


“안돼.”

- 왜?! 어짜피 죽을거라면서.

“...안돼. 내가 너무, 어..잘생겨서 죽은 후에도 반할까봐 보면 안돼.”

“...넌 도대체 왜 항상 그런식이야? 네가 못생긴건 나도 알아.”

“아니야! 누가 못생겼대?!!”

[그래, 우린 못생긴건 아니야! 한창 땐 얼마나 잘나갔는데.]

“그러면 왜 맨날 그런 마스크만 쓰고 다니는데. 시크릿 아이덴티티 때문은 아니잖아.”

“...”


차가운 기류가 데드풀의 모빌 속에서 흘렀고 이젠 견디기 힘들어 좀 부숴져 줬으면 할 때 쯤, 바램이 먹힌 건지 부숴질대로 부숴진 모빌이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저층 빌딩에 심각하게 박힌 모빌은 틈새가 생겼고 피터는 데드풀을 데리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악! 팔 뼈가 단단히 부러진 것 같아!” 

피터는 괴성을 질렀다.

“나는 그저 척추가 탈골된 것 뿐인데.”


그 후에도 마지막 발악으로 미친듯이 열을 내며 폭주하기 시작한 모빌을 향해 피터는 한숨을 쉬며 거미줄을 쏘았다. 죽을 것 같은 통증에도 일반인을 향해 달려가는 저 불붙은 자동차를 막아야 했다. 데드풀은 척추를 맞추고 있었고, 피터는 몸을 던져 조그만한 아이에게로 향하는 데드풀 모빌을 막았다.


“어흑. 욱.”


피터의 찢긴 스파이더맨 마스크 밖으로 붉은 피가 꿀렁꿀렁 나왔고, 배가 찢어진 것 처럼 아파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이는 안전했지만 피투성이가 된 피터가 무서워서인지 울음이 터졌고, 여전히 웨이드는 척추를 맞추고 있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정말 감사해요..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자와 주위의 사람들이 그를둘러싸기 시작했고, 피터는 점점 시야가 암전되는 것을 느끼며 의식이 혼전해졌다. 거의 정신을 놓으려 하고 있을때, 웨이드가 달려와 그를 공주님처럼 안아들었고, 피터는 아마 어벤져스 새 본부로 가달라고 웅얼거렸을 것이다. 거기까지가 쓰러진 피터가 기억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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